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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남은 우리 인생에서 가장 시원한 해일까? – 2100년의 바캉스를 상상하다

아모르파티호 2024. 8. 3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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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미국 듀크대 교수인 애슐리 워드는 “올해는 남은 우리 인생에서 가장 시원한 해가 될 겁니다”라는 말로 전 세계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 말이 증명이라도 하듯, 올해 7월까지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상승하며 16개월 연속 최고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만약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2100년의 바다는 어떤 모습일까요? 과거의 기록을 통해, 우리는 그 미래를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얼어붙은 지구, 피서는 적도로?

“2100년이요? 영화 ‘투모로우’가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기후예측센터의 권민호 센터장은 급격한 지구 온난화가 오히려 빙하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흥미로운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영화 투모로우처럼, 해수 온도가 급상승하면 빙하가 급속도로 녹고, 이는 북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AMOC)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합니다. AMOC는 바다의 큰 순환 체계로, 북대서양에서 차가운 물이 가라앉고 전 세계적으로 순환하는 시스템입니다. 그러나 녹아내리는 빙하가 바다에 유입되면서 염도가 낮아져, 해수가 심해로 가라앉지 못하게 되는 것이죠.

그린란드의 빙하는 시간당 약 3000만 톤씩 녹아내리고 있으며, 이는 AMOC의 붕괴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지구는 8200년 전과 유사한 급격한 기후 변화를 겪을 수 있습니다. 그때 북반구의 고위도 지역은 온도가 3~7℃가량 떨어졌습니다. 권 센터장은 2100년에도 소빙하기가 도래할 수 있지만, 영화처럼 모든 생명체가 얼어붙는 상황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고위도 지역 사람들은 추위를 피해 따뜻한 적도로 피서를 떠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산성화 된 바다, 헤엄치는 건 인간뿐?

2100년의 바다에서 물놀이를 즐기기 위해선 물안경이 필수일지도 모릅니다. 해수의 산성도가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현재 해수의 평균 pH는 8.08로, 산업혁명 이전 8.2에서 하락했습니다. 그리고 2100년에는 이 수치가 7.6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산성화 된 바다는 해양 생물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이산화탄소가 해수에 녹아 탄산이 생성되고, 이로 인해 바다의 산성도가 높아지면서 탄산칼슘을 형성하는 생물들, 즉 굴, 조개, 산호 등이 큰 타격을 입습니다. 해양 생태계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산호가 사라지면, 해양 생물 전체가 도미노처럼 멸종 위기에 처할 수 있습니다. 2억 5000만 년 전, 페름기 대멸종 당시 지구는 이와 유사한 과정을 겪었고, 해양 생물종의 96%가 멸종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상승하는 해수 온도

2023년의 해수 온도가 역대급으로 오른 이유는 엘니뇨의 영향이 크지만, 해수 온도 상승의 장기적인 경향성은 분명합니다. 서울대 조양기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2100년에는 해수 온도가 지금보다 약 2.7℃ 더 상승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런 조치가 없을 경우, 2100년의 바다는 지금보다 훨씬 뜨겁고, 우리가 익숙한 바다의 모습과는 크게 다를 것입니다.

그러나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한다면 해수 온도 상승을 0.53~0.61℃로 제한할 수 있다는 예측도 있습니다. 조양기 교수는 “바다는 지구의 에어컨”이라며, 해수 온도가 오르지 않도록 지구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기후변화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23년 발표한 6차 보고서에서야 비로소 “기후변화의 가장 큰 책임은 인간에게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국가는 중국과 미국입니다. 하지만 두 나라는 여전히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부산대 이준이 교수는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드는 비용이 크다고 생각하지만, 완전히 변화된 지구를 복구하는 비용은 그보다 더 크다”는 점을 이제는 직시해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2100년의 바다를 우리가 상상하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유지하려면, 지금 당장 적극적인 기후 대응이 필요합니다.


2100년의 바다가 어떤 모습일지는 우리가 오늘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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